글
헌법재판소는 2020년 10월 29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이에 대하여는 위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은 부천시 오정구 소재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소유자이고, 이 사건 임야에 있는 합장묘(이하 ‘이 사건 분묘’라 한다)는 조선 후기에 설치되어 그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7년경 황○○의 아버지가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이어 황○○이 관리하여 왔다.
○ 청구인은 이 사건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묘개장 허가를 받은 후 분묘를 굴이하고 화장하여 유골을 공원묘원에 봉안하여 두었다.
○ 황○○은 청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일부 승소하였고, 청구인의 항소 및 상고는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후 각하되자(대법원 2017카기100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
□ 결정주문
○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이 사건 관습법의 헌법소원 대상성
○ 이 사건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 제한되는 기본권 및 심사기준
○ 이 사건 관습법에 따라 분묘기지권이 성립·존속하는 경우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 토지소유권의 행사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고, 이 사건 관습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관습법 성립 전후의 역사적 배경과 관습법으로서 수행해 왔던 역할, 재산권의 대상인 토지의 특성 및 헌법 제9조에 따른 전통문화의 보호 등을 고려하여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 비록 오늘날 전통적인 장묘문화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고,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분묘의 강제적 이장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 및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의 전통문화에도 배치되므로, 이 사건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 이 사건 관습법은 평온·공연한 점유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법률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배제하고 있고,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되어 있으며, 단지 원칙적으로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거나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관습법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분묘기지권은 조상숭배사상 및 부모에 대한 효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되어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는바, 이러한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 관습법의 성립에는 국회의 관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관습법은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관습법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 관습법의 성립 혹은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구별하여 사후적 규범통제로서의 위헌심사가 문제될 수 있다면, 즉 법원에 의하여 관습법의 존속시기에 대응하는 법질서를 기준으로 할 때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었으나,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적절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통상의 경우, 법원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관습법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지에 대하여도 판단하므로,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관습법이 이후 사회의 변화나 전체 법질서의 변화로 위헌적인 것으로 변한 경우 법원이 그 효력 상실을 확인할 권한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관습법은 사회의 자율성과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이 사건 관습법은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는 점이 대법원에 의하여 인정되어 현행 헌법에 따라 별도의 위헌심사가 필요한 경우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하여야 한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본 선례(헌재 2016. 4. 28. 2013헌바396등 결정)의 입장을 유지하였다.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관습법이 재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심사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는바, 재산권 침해 여부를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심사하되 이 사건 관습법 성립 전후의 역사적 배경과 관습법으로서 수행해 왔던 역할, 재산권의 대상인 토지의 특성 및 헌법 제9조에 따른 전통문화의 보호 등을 고려하여 심사기준을 완화하였다.
○ 이 사건 관습법은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되어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것인바, 헌법재판소는 장묘문화의 변화,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등 그간 변화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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