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헌법재판소는 2020년 10월 29일 피청구인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이 2015. 7.경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 청구인의 제2종 소형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기능시험 응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제작·승인된 이륜자동차를 마련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불행사라는 재판관 5인의 위헌의견과, 구체적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공권력의 불행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재판관 4인의 각하의견으로 나뉜 결과,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 사건개요
○ 청구인은 오른쪽 다리를 무릎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었는데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0] 가.의 11.목에 해당하는 신체장애인으로서, 제2종 소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2015. 7.경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 갔는데, 그곳에서 도로교통법 제83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자동차등의 운전에 필요한 기능에 관한 시험’ 응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기능시험용 이륜자동차가 제공되지 않아 기능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 이에 청구인은 2016. 2. 1. 위와 같이 기능시험 응시에 사용가능한 이륜자동차를 제공받지 못한 것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15. 7.경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를 가진 청구인이 제2종 소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기능시험에 응시함에 있어서 청구인에게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기능시험용 이륜자동차를 제공하지 않은 부작위(이하 ‘이 사건 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 결정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 이유의 요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행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
○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헌법 제10조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관한 제34조의 규율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국가에게는 신체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해야 할 일반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신체장애인을 그러한 장애가 없는 사람과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때에는 신체장애인의 평등권 침해가 문제 될 수 있다. 헌법 제11조에 따른 평등원칙은 입법작용과 사법작용만이 아니라 행정작용까지 구속하는 원칙이므로 도로교통공단이 운전면허시험 관리의 일환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응시자들에게 기능시험용 자동차를 제공하는 급부작용을 함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이 신체장애인을 비장애인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
○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은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4조에 기초한 법률로, 운전면허시험과 관련하여 제19조 제6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운전면허시험의 신청, 응시, 합격의 모든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안 된다.”, 제19조 제7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운전면허시험의 모든 과정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거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신체장애인이 그러한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운전면허시험을 신청·응시·합격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제반 수단을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인정되고, 이러한 의무는 도로교통공단도 부담한다.
○ 특히 도로교통공단이 기능시험용 이륜자동차를 제공하는 것은 예산에 근거한 것으로, 이러한 급부작용의 제공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 제공 또는 사용으로부터 배제되거나 혹은 그 제공 또는 사용이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0]이 신체장애인의 장애 유형을 14가지로 구분하여 그 유형별로 취득할 수 있는 운전면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청구인은 [별표 20] 가.의 11.목에 해당하여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전면허시험의 관리를 위하여 예산을 투입하여 운전면허 기능시험 응시자에게 차량제공 급부작용을 함에 있어서는 비장애인을 위해 기능시험용 차량이 제공되는 것과 동등하게 관련법령상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인에게도 그들이 취득할 수 있는 운전면허와 관련한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기능시험용 차량을 제공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를 가진 청구인이 제2종 소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기능시험에 응시함에 있어서 청구인에게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기능시험용 이륜자동차를 제공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4조의 규율 내용과 취지, 이를 이어받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 제4조, 제6조, 제8조와 제19조 제6항, 제7항과 운전면허제도를 형성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제80조, 도로교통법 제83조의 내용에 부합하며, 단지 시행령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이 사건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본안판단
○ 도로교통공단이 운전면허시험의 관리를 위하여 예산을 투입하여 운전면허 기능시험 응시자에게 차량제공 급부작용을 함에 있어서는 비장애인을 위해 기능시험용 차량이 제공되는 것과 동등하게 관련법령상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인에게도 그들이 취득할 수 있는 운전면허와 관련한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기능시험용 차량을 제공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피청구인은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를 가진 청구인이 2015. 7.경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제2종 소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기능시험에 응시함에 있어서 관련법령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기능시험용 이륜자동차를 제공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작위의무 불이행’이라고 한다). 피청구인의 이 사건 작위의무 불이행에 있어서 이를 헌법상 정당화 할 수 있는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이 사건 부작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 피청구인은 모든 신체장애 정도에 맞추어 특수제작·승인된 이륜자동차를 비치하는 것은 한정된 재원에 비추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고 해도 그 한정된 범위 내에서 비장애인과 신체장애인 사이에 자의적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예산을 분배하여 집행하면 되고, 피청구인의 운전면허시험의 관리에 관한 지출예산액 규모에 비추어, 청구인이 기능시험 응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륜자동차를 구비하도록 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 신체장애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 자동차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도로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신체장애인이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할 수 있도록 운전면허제도와 그 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과정을 형성하는 것은, 신체장애인이 그러한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차량을 운전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체장애인이 제2종 소형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수요가 적다거나, 신체장애인의 이동권이나 취업 지원과의 관련성이 적다는 사정이 이 사건 작위의무 불이행을 헌법상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 또한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소유하거나 그가 타고 온 차를 이용하여 기능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관련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조항은 운전면허시험의 관리가 피청구인의 책임 하에 있음을 전제로 신체장애인의 경우 그가 소유하거나 또는 타고 온 차를 이용하여 기능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신의 차량이 없는 경우이거나 자신의 차량이 있더라도 임시운전면허증을 받지 않는 한 무면허상태에서 자신의 차량을 자신이 직접 가지고 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제3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이를 시험장에 가지고 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와 같은 혜택만으로 신체장애인에게 기능시험 응시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유들은 이 사건 작위의무 불이행을 헌법상 정당화해주는 사유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작위의무 불이행을 헌법상 정당화할 다른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작위는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한다.
□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고 이 사건 부작위는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재판관 5인의 의견이나, 이는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규정된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의 정족수에 미달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 국가에게 신체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해야 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권리에 관하여서는 국가의 재정, 다른 국가과제와의 조화, 우선순위결정을 통하여 그에 관한 의무의 존재와 범위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그와 같은 정책적 결정의 소산이며, 신체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는 결국 법률에 의하여 구체화 된 것이므로 그 의무와 존재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법률에 관한 일반적인 해석론에 따라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8항은 제19조 제6항, 제7항을 적용함에 있어 “그 적용대상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은 “도로교통법 제8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운전면허시험기관의 장은 장애인이 운전면허 기능시험이나 도로주행시험에 출장시험을 요청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행령조항에 규정된 의무를 넘어서는 구체적 작위의무를 법률 차원에서 직접 도출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부작위에 관하여서도 법령에서 구체적 작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다.
○ 또한, 도로교통법령은 피청구인에게 청구인과 같은 신체장애인에 대하여 그 장애의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이륜자동차로 기능시험에 응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체장애인이 소유하거나 타고 온 이륜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기능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지, 나아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0]에 규정되어 있는 조건 부과의 기준은 ‘특수제작·승인차’와 같이 신체장애의 상태와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되어야 하는 경우도 다수이고, 장애 상태와 정도에 맞는 시험용 차량을 제작하고 운전면허시험장에 이를 비치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의 재정부담을 수반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로교통법령이 장애 정도에 적합하게 제작·승인된 자동차 또는 관계행정기관으로부터 형식·구조·장치의 변경승인을 받은 차로서 응시자의 소유이거나 그가 타고 온 자동차를 이용하여 기능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 그러므로,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구체적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공권력의 불행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약사 자연인의 약국 개설금지 및 위반 시 형사처벌 사건 (0) | 2020.11.04 |
---|---|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제한, 사법시험 폐지, 판·검사 임용자격,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격·전형자료 사건 (1) | 2020.11.04 |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록 사건 (0) | 2020.11.04 |
분묘기지권 시효취득 사건 (0) | 2020.11.04 |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금품약속행위 처벌 사건 (0) | 2020.11.04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