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리나라에서 사형집행이 마지막으로 집행된 사례는 지난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집행 사례이다.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엠네스티에서도 2007년 12월 30일 한국을 세계 134번째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에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접수되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서는 형법 및 기타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벌 중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종신형으로 대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의 제정취지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인간의 생명은 인간실존의 근거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며, 따라서 인간의 존재 자체가 목적일 뿐, 결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아니 되며, 다른 가치와 비교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둘째,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하여 한편으로 국민에 의한 살인행위를 범죄로 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에 의한 인간의 생명의 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셋째,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실증적 자료 역시 존재하지 않다. 오히려 UN은 1988년과 2002년도에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결과, "사형제도가 살인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조사결과 통계수치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사회에 급작스럽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넷째, 한 법관의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경우 추후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억울한 사법살인으로 인한 피해는 회복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다섯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독재정권 당시 이념대립과 정권유지에 악용되어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이번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유인태 국회의원도 유신정권 시절 사형을 선고받은 경험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6. 11. 28. 95헌바1 사건에서 합헌결정을 한 이후, 2010년 두 번째 판례(2008헌가23)에서도 사형제에 관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중 4명이나 사형제도의 위헌성을 표시했다. 특히 위헌의견 중에는 사형제도는 법률에 따라 사형을 선고하여야 하는 법관과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하여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양심과 무관하게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박탈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합헌의견을 표시한 재판관들도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들이 적정한지 개별적으로 따져 보아야 하고 사형의 적용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하며 수사 및 재판, 형의 집행 등 모든 절차를 세심하게 다듬고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안의 발의에는 새누리당 42명, 새정치연합 124명, 정의당 5명이 포함된 171명이 참여했다. 국회에서 사형제에 관한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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