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헌법재판소는 2020. 8. 28.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의료기기와 관련하여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및 구 의료기기법 제36조 제1항 제14호 중‘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부분, 구 의료기기법 제52조 제1항 제1호 중‘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한 자’부분이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헌]
이에 대하여는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제청신청인 주식회사 ○○(2017헌가35 사건)은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전주시장으로부터 의료기기판매업무정지 3일의 처분을 받았다. 위 제청신청인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및 같은 법 제36조 제1항 제14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제청법원 전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 제청신청인 한□□(2019헌가23 사건)는 ‘관할관청의 심의를 받지 아니한 내용의 광고물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광고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제청신청인 주식회사 △△(2019헌가23 사건)는 ‘그 대표자인 한□□가 주식회사 △△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공판계속 중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및 같은 법 제52조 제1항 제1호 중 ‘제24조 제2항을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제청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의료기기법(2011. 4. 7. 법률 제1056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4조 제2항 제6호 및 구 의료기기법(2015. 1. 28. 법률 제13116호로 개정되고, 2017. 12. 19. 법률 제15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제14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 구 의료기기법(2016. 12. 2. 법률 제14330호로 개정되고, 2018. 3. 13. 법률 제15486호로 개정되어 2018. 9. 14.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연혁에 관계없이 ‘의료기기법’이라 한다) 제52조 제1항 제1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한 자’ 부분(이하 위 조항을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의료기기법(2011. 4. 7. 법률 제1056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4조(기재 및 광고의 금지 등) ② 누구든지 의료기기의 광고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6. 제25조 제1항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
구 의료기기법(2015. 1. 28. 법률 제13116호로 개정되고, 2017. 12. 19. 법률 제15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의 정지 등) ① 제조업자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의료기기의 제조업자·수입업자 및 수리업자에 대하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판매업자 및 임대업자에 대하여는 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허가 또는 인증의 취소, 영업소의 폐쇄, 품목류 또는 품목의 제조·수입·판매의 금지 또는 1년의 범위에서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제22호 및 제23호의 경우에는 허가 또는 인증을 취소하거나 영업소를 폐쇄하여야 한다.
14. 제24조 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구 의료기기법(2016. 12. 2. 법률 제14330호로 개정되고, 2018. 3. 13. 법률 제15486호로 개정되어 2018. 9. 14. 시행되기 전의 것)
제52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0조 제1항·제2항 전단·제4항, 제12조 제1항(제15조 제6항 및 제16조 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본문, 제17조 제1항, 제24조 제1항·제2항, 제26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 또는 제45조 제2항을 위반한 자
[관련조항]
의료기기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25조(광고의 심의) ① 의료기기를 광고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심의기준·방법 및 절차에 따라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 결정주문
의료기기법(2011. 4. 7. 법률 제1056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4조 제2항 제6호, 구 의료기기법(2015. 1. 28. 법률 제13116호로 개정되고, 2017. 12. 19. 법률 제15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제14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 구 의료기기법(2016. 12. 2. 법률 제14330호로 개정되고, 2018. 3. 13. 법률 제15486호로 개정되어 2018. 9. 14. 시행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1항 제1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한 자’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
□ 이유의 요지
○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
○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이 개입하여 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행정기관의 자의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개입 가능성의 존재 자체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보아야 한다.
○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 심의기관의 장이 심의위원을 위촉하려면 식약처장과 협의하여야 하고, 심의위원의 수와 자격, 임기 등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식약처고시로 규율하는 등 심의위원회 구성에 행정권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그 구성에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방법 및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식약처장은 심의기준 등의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심의기준 등을 변경함으로써 심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 내용 및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식약처장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을 정하면서 심의의 기준이 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매 심의결과를 식약처장에게 문서로 보고하여야 하는 점, 식약처장은 심의결과가 위 심의기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의기관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의를 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 처리에 있어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따라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영진)
○ 의료기기 광고와 같은 상업적 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고,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
○ 그러나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위 심의업무와 관련하여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의료기기법 제25조 제1항은 의료기기 광고 심의제도를 주무관청인 식약처장이 형성하라는 취지이지, 심의의 주체가 반드시 식약처장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식약처장의 위탁에 따라 심의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영업자들로 구성된 순수한 민간단체이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에 관하여 식약처장의 구체적 업무지시를 받지 않는다. 심의기구의 구성에 있어 식약처장의 관여는 최소화되어 있는 점,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 방법 및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고 심의 이전에 이미 공표된 것으로 심의의 객관적인 기준이 될 뿐 이로 인하여 심의 자체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는 점, 심의기관의 장이 분기별 식약처장에게 하는 보고도 업무처리의 통계 보고에 지나지 않는 점, 식약처장이 심의기관에 재심의를 요청하는 경우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의를 하여야 하나, 식약처장이 재심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등 재심의 내용에 간섭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의기관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에 관하여 독립성이나 자율성에 어떤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 의료기기에 대한 잘못된 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신체·건강상의 피해는 크고, 잘못된 광고로 인해 신체·건강상 위해가 초래된 경우 그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인 제재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유해한 의료기기 광고를 사전에 차단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그 중요성이 큰 반면, 심의신청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수료가 과다하지 않은 점,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재심의를 신청하여 다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5. 12. 23. 2015헌바75 사건에서 의료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하여 규정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재 2018. 6. 28. 2016헌가8등 사건과 헌재 2019. 5. 30. 2019헌가4 사건에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하여 규정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바 있다.
○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고,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며, 행정권의 개입가능성이 있다면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헌재 2015. 12. 23. 2015헌바75 결정, 헌재 2018. 6. 28. 2016헌가8등 결정 및 헌재 2019. 5. 30. 2019헌가4 결정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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