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헌법재판소는 2020년 2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외교부장관의 허가 없이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한 사람을 처벌하는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 사건개요
○ 청구인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이하 ‘이 사건 국제 비정부기구’라 한다)에 ‘긴급구호 아동보호자문관’(Child Protection in Emergencies Advisor)으로 채용된 자로서 2016. 9. 26. 이라크 지역에 파견을 지시받았다. 외교부장관은 2016. 7. 25. 외교부고시 제2016-3호로 이라크에 대한 여권의 사용제한 또는 방문·체류 금지 기간을 2016. 8. 1.부터 2017. 1. 31.까지 연장하였다.
○ 청구인은 2016. 10. 7. 외교부에 2016. 10. 15.부터 2016. 12. 20.까지 이 사건 국제 비정부기구의 긴급구호 아동보호자문관으로서 ‘이라크 시리아 난민 긴급구호 인도적 지원’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외교부는 2016. 10. 12. 이 사건 국제 비정부기구가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 제4호의 국제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허가신청을 반려하였다.
○ 이에 청구인은, 여권법 제26조 제3호와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이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11.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와 여권법 시행령(2016. 5. 13. 대통령령 제27166호로 개정된 것) 제2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17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따라 방문 및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같은 조 제1항 단서에 따른 허가(제14조 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
여권법 시행령(2016. 5. 13. 대통령령 제27166호로 개정된 것)
제29조(예외적 여권 사용 등의 허가) ①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여행의 경우에는 법 제17조 제1항 단서(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이하 “예외적 여권사용등”이라 한다)를 허가할 수 있다.
1. 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여권의 사용제한 등(이하 “여권사용제한 등”이라 한다)의 조치 당시 대상 국가나 지역의 영주권 또는 이에 준하는 권리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그 대상 국가나 지역을 생활근거지로 하여 계속 영주하기 위함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2. 공공이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
3.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의 사망 또는 이에 준하는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긴급하게 출국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배우자
나. 본인의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
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
4. 외교·안보임무나 재외국민보호 등을 수행하는 국가기관 또는 국제기구의 공무 활동을 위한 경우
5.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추천(임무의 목적과 내용을 특정하여 추천한 것을 말한다)을 받아 국가 이익이나 기업 활동에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외교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 결정주문
1. 여권법(2014. 1. 21. 법률 제12274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호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 이유의 요지
●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판단 - 각하
○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신청에 대해 외교부장관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따른 거부처분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 또한 예외적으로 직접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 이 사건 처벌조항에 대한 판단 -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여부(기각)
○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국외 위난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대한 피해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어렵다. 또한 국외 위난상황의 종류나 내용에 따라 외교적 분쟁, 재난이나 감염병의 확산 등 국가·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고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하여 이를 사전에 억지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다.
○ 이 사건 처벌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국제 테러리즘이 심각한 국제문제로 대두되면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사후적 대처만으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 국민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억류 도중에 2명이 살해당하고 나머지 21명은 42일 만에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당시에도 국외 위난상황을 알리는 제도가 있었지만 위와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여권법에 이 사건 처벌조항을 도입하여 여행금지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 이 사건 처벌조항은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형벌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그 경고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개인의 피해와 국가·사회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보면 소수의 일탈이나 다른 국민들의 모방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수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형벌 외의 방법으로는 이 사건 처벌조항과 동일한 수준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 외교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형사처벌되지 않도록 가벌성이 제한되어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수준이 비교적 경미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하여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 국외 위난상황이 우리나라의 국민 개인이나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피해는 매우 중대한 반면,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은 완화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이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 그러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 결정의 의의
○ 1995년 여행허가제가 폐지된 이후 해외여행의 자유가 전면적으로 인정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국제 테러리즘이 대두되고 실제 국민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선제적인 예방을 위해 여행금지제도·예외적인 여행허가제도·이 사건 처벌조항 등 관련 제도가 도입되었다. 특히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 거주·이전의 자유의 한 부분으로서 해외여행의 자유도 중요한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외 위난상황은 개인의 생명·신체나 재산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국가와 사회에도 중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여행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 없이 인정한 결과 외교적 분쟁, 재난이나 감염병의 확산 등 국가·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사정과 이 사건 처벌조항이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처벌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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