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헌법재판소는 2020. 11. 26.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가 삭제요청을 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30일 이내에서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중 ‘임시조치’에 관한 부분 및 제4항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이에 대하여는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 김○○(2016헌마275 사건)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게재하였다가 주식회사 □□의 게시중단 요청에 따라 주식회사 △△로부터 위 글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받자, 임시조치에 관하여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조항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청구인 임◆◆(2016헌마606 사건)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게재하였다가 오⊙⊙ 목사, (재)★★교회의 삭제 요청에 따라 주식회사 ♠♠로부터 위 글에 대한 임시조치를 받자, 임시조치에 관하여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청구인 이▶▶(2019헌마199 사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에 개설된 카페에 글을 게재하였다가 ▷▷교회의 게시중단 요청에 따라 주식회사 △△로부터 위 글에 대한 임시조치를 받자, 임시조치에 관하여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 제2항 중 ‘임시조치’에 관한 부분과 제44조의2 제4항(이하 위 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관련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 결정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 이유의 요지
○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침해 주장자가 제출한 자료나 주장만으로는 정보통신망에 게재된 정보가 권리침해에 이르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거나 이에 관하여 이해당사자 사이의 주장이 대립되는 경우에 일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임시조치를 하도록 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이를 예측할 수 있으며, 자의적 해석의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또한 헌법재판소는 2012. 5. 31. 2010헌마88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예정하는 임시조치 이외에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덜 제약하면서도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임시조치의 절차적 요건과 내용 역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게시판 등 정보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의 당사자의 지위에 있고,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인 정보게재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약관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의제기나 복원을 요청할 수 있는데, 정보통신망에서 무수하게 발생할 수 있는 권리침해적 정보와 관련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손해배상책임으로 인하여 그 서비스 자체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임시조치가 규정된 것임을 고려하면,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권이나 복원권 등을 규정하지 않고 이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정책에 남겨두었다고 하여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사인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를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해당 정보에 대한 표현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정보게재자는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할 수 있으며, 의사표현의 통로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기한 임시조치로 인해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되고 있다거나, 그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심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한다.
○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 ‘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과 ‘사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서로 다른 주체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 그 기능과 효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마련된 수단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을 보호하는 정도 사이에 적정한 비례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 다른 절차적 요건 없이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권리침해 주장자의 주장만 있으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에 나아갈 여건을 제공한다는 문제가 있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는 영역에서는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익형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적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적으로 선재(先在)적 법익형량을 하여 개별적 사례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이익형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일정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보다는 인격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사건에 관한 논쟁이 성숙되었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의 ‘시의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의 조화로운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도외시한 입법이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권리침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정보가 아니라 권리침해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이 있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아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주요한 표현매체로 자리 잡은 인터넷 공간에서 시의 적절하게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인바, 전자가 후자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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