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

비약사 자연인의 약국 개설금지 및 위반 시 형사처벌 사건

헌법사랑 2020. 11. 4. 11:53

헌법재판소는 2020. 10. 29.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의 약국 개설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 및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제2호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 사건개요
○ 청구인은 약사로서,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윤○○에게 고용되어 급여를 받기로 하고 약국 개설등록을 하였다. 이후 윤○○은 청구인을 비롯한 약국 직원 채용·관리, 급여지급, 자금관리 등을, 청구인은 의약품 조제·판매를 하였다. 청구인은 윤○○과 공모하여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의 약국 개설금지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약사법 위반 사실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 청구인은 당해 사건 재판 계속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사법 제20조 제1항과 이에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약사법 제93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위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 및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제2호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약국 개설등록) ①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20조 제1항을 위반하여 약국을 개설한 자
[관련조항]
약사법(2015. 12. 29. 법률 제13655호로 개정된 것)
제21조(약국의 관리의무) ①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

□ 결정주문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 및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1항 제2호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소극)
○ ‘개설’의 사전적 의미와 약사법상 약국 개설 관련 조항들의 규정 내용, 이에 관한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개설’이란 ‘약국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약사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 청구인은, 약사가 약국 개설등록 및 의약품 조제·판매를 담당하고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이하 ‘비약사’라 한다)가 약국 개설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동업을 하는 경우 심판대상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구체적 사안에서 법원이 동업관계의 내용과 태양, 실제 약국의 개설에 관여한 정도, 약국의 운영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누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약국의 개설 업무를 처리해 왔는지 여부로 판단할 사항이다.
○ 심판대상조항에서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취지와 약사법 제21조 제1항에서 ‘약사의 약국 중복 개설’을 금지하는 취지는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각각의 의미 역시 그 취지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약사법 제21조 제1항은 약사가 하나의 약국에서만 의약품 조제·판매행위에 전념하도록 하는 데에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이미 자신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한 약사가 다른 약사 명의의 약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약국에서 개설등록 명의인인 약사에 의해 의약품 조제·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라면 위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는 의약품 오남용 및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한편 건전한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에 있으므로, 비약사가 약국의 운영을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위 취지에 반할 수 있다. 따라서 비약사가 의약품 조제?판매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비약사의 약국 개설’에는 해당할 수 있음이 명확하다.
○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소극)
○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보건의료 분야는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그 위험의 존재와 정도가 불확실한 반면, 현실화되고 나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입법자로서는 예측판단에 기초하여 가능한 한 위험의 현실화를 최소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러한 점은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심사 과정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 심판대상조항은 일정한 교육과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에게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여, 의약품 오남용 및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한편 건전한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약국의 개설단계부터 의약품에 관한 전문성이 결여되고 영리 목적이 강한 비약사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
○ 비약사의 약국 개설이 허용되면, 영리 위주의 의약품 판매로 인해 의약품 오남용 및 국민 건강상의 위험이 증대할 가능성이 높고, 대규모 자본이 약국시장에 유입됨으로써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그동안 비약사가 개설한 약국들은 무자격자 조제·판매, 의료기관에 특정 제품의 집중적 처방 유도, 부당한 의약품 마진 취득 등 각종 위법행위의 온상이 되어 왔으므로,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위법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허용하되 관리약사를 반드시 두도록 하고 의약품의 조제·판매는 해당 관리약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한편, 비약사의 약국 개설은 엄격한 법 집행 및 자율적인 정화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근절되고 있지 않으며, 약국 개설등록 취소나 약사의 자격정지, 부당이득 보험급여 징수 등 행정제재만으로는 이를 예방하기에 미흡하다. 따라서 행정질서벌 등 보다 완화된 제재수단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택하였다고 하여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약국 개설등록 시 신청인이 진정한 약사라는 점이 확인되어야 하므로, 비약사의 약국 개설 행위 대부분이 이에 가담한 약사의 명의로 개설등록을 한 경우일 수밖에 없으며, 이와 같이 가담한 약사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약국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상당한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며, 의약품이 불필요하고 부정확하게 사용될 경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명이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일반 국민들에 대해 의약품 공급의 신뢰성과 질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약사에게만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공공성을 지닌 공중보건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비약사가 약국 개설의 형태로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전면적으로 제한되기는 하나, 약국 개설은 전 국민의 건강과 보건,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보다 제한되는 사익이 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2002년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에 대하여, ‘약사들만으로 구성된 법인’에게도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헌재 2002. 9. 19. 2000헌바84). 이후 2007년 약사법이 전부개정되었으나, 조문의 위치만 달리하여 동일한 내용의 조항이 계속 존재해 오고 있다.
○ 현행 약사법 제20조 제1항 및 제93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에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과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법인’이 있고, 이 결정은 이 중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에 관한 부분에 한정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